‘허공 활용’ 오송역 복합문화공간 ‘명소’ 뜬다

충북도가 KTX 오송역 고속철도 선로 아래 유휴공간을 복합문화시설로 재탄생시킨 ‘오송선하마루’가 지난 7월 1일 문을 열었다. ‘오송선하마루’는 선로 아래 공간을 뜻하는 ‘선하’와 전통가옥의 소통·교류 공간인 ‘마루’를 결합한 명칭으로, ‘새로운 만남과 소통의 장소’라는 의미를 담았다.
그동안 철로 하부 공간은 주차장이나 단순 통행로로만 활용됐으나, 오송선하마루는 전국 최초로 선로와 바닥 사이 유휴공간을 활용한 사례다. 오송역 2층 3번 출구 연결통로나 B주차장 계단을 통해 접근할 수 있으며, 도민과 방문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열린 문화공간으로 조성됐다.
시설은 전시·홍보, 회의, 휴게 기능을 갖췄다. 1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전시홍보관과 5개의 회의실, 계단형 다목적홀, 곳곳의 휴게공간이 마련됐다. 회의실은 8~30명 규모로 기업 미팅·워크숍·간담회 등에, 다목적홀은 강연·소규모 콘서트·문화행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운영시간은 월~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휴게 목적 방문은 예약 없이 가능하다. 회의실이나 다목적홀은 ‘공유누리’ 사이트·앱을 통한 무료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개관 이후 8월 8일 기준, 행사건수 82건, 행사 참석자는 1323명, 방문객은 1849명에 달한다. 한편 예약현황은 8월 74건 1311명, 9월 26건 605명으로 이미 입소문이 널리 퍼졌다.
‘허공’의 탄생
오송역 선하공간 활용 사업은 고가선로 아래 유휴공간을 업사이클링해 새로운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출발했다. 경부고속선·호남고속선·충북선이 교차하는 국가 철도망의 핵심 거점이자 세종시 관문인 오송역은 향후 평택오송 2복선화(2027년), 천안청주공항 복선전철(2029년), 대전세종충북 광역철도(2034년) 등 주요 철도사업이 완공되면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일 평균 3만여 명이 이용하지만 전시·회의 등 휴게공간과 지역 홍보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논의로 출발했다.

오송역 이용객은 2021년 728만명, 2022년 958만명, 2023년 1114만명, 2024년 1057만 명으로 지속 증가한다는 점도 한몫했다.
충북도는 이러한 전망을 바탕으로 국가 철도망의 핵심 거점인 오송역 선로 아래 유휴공간을 전국 최초로 ‘허공 활용’ 방식으로 개발해 복합문화시설 ‘오송선하마루’를 조성했다. 기존에 주차장이나 단순 통행로로 쓰이던 철로 하부를, 높이 6m의 선로와 바닥 사이 공간을 입체적으로 설계해 전시·홍보·회의·휴게 기능을 모두 갖춘 혁신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사업비 48억9500만원을 투입해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B주차장 부지에 지상 3층, 연면적 890.21㎡ 규모로 조성된 이 시설은 5개의 대·중·소 회의실, 계단형 다목적홀, 전시홍보관, 휴게공간 등을 갖췄다. 회의와 문화행사, 관광홍보까지 한 공간에서 가능하다.
이번 사업은 △국유재산 사용허가(2024.6) △철도보호지구 행위신고 수리 △중층구조 설계 △기공식(2024.11) △기본 건축공사(2025.4) △인테리어 공사(2025.5~6) △예약시스템 구축 △명칭 공모 확정(‘오송선하마루’) 등 단계를 거쳐 완성됐다.

이제 오송역은 자연스럽게 ‘떠남’과 ‘머무름’의 감성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테면 김춘수의 ‘기차’라는 시가 그렇듯 오송역은 이제 떠남과 머무름을 상기시키는 이미지로 비친다. 기차는 정거장에 머물렀다/떠나기 위하여 머물렀다/기차는 떠났다/다시 돌아오기 위하여 떠났다/기차는 달린다/그 속에 내가 있다/내가 떠나기 위하여/머물렀던 그 정거장이 있다/그 정거장은 내 속에 있다/내가 떠나온 것이 아니라/그 정거장이 나를 떠나온 것이다 (김춘시 시 ‘기차’)
김춘수의 ‘기차’는 이동과 정지, 이별과 회귀 사이의 간극에 담긴 인간의 감정과 존재 의미를 담담하면서도 깊게 사유한다. “기차는 떠났다 / 다시 돌아오기 위하여 떠났다”라는 시행은, 단순한 물리적 움직임을 넘어 삶에서 반복되는 ‘떠남과 되돌아옴’이라는 순환의 리듬을 상징한다. 기차역은 그 리듬 속에서 인간의 내면이 정돈되고, 관계와 기억을 되살아나는 공간이다.
이러한 감성은 오송역 선하공간 활용사업이 지향하는 공간 철학과 정서적으로 매우 깊은 접점을 가진다. 고속철도라는 물리적 속도가 지배하는 공간 아래, 이 선하공간은 정서적 감속의 공간, 즉 마음을 천천히 다듬고 감각을 회복할 수 있는 감성 환기 플랫폼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정서의 ‘순환역’
여행자는 이곳에서 긴 여정을 앞두고 마음을 가다듬거나, 여정 중 잠시 내려 정서를 충전한다. 지역 주민은 일상의 반복 속에서 이 공간을 산책하듯 오가며, 우연히 마주한 예술 작품이나 조형물, 소규모 공연 속에서 감성적 자극을 얻고 쉼표를 찍는다.
오송역 선하공간에는 감성적 조명, 지역성 기반 전시, 참여형 예술 콘텐츠가 조화를 이루며, 단순한 대기 공간이나 통로가 아닌 ’정서의 정거장‘으로서 기능이 가능하다.

이는 김춘수의 시 속 “그 정거장은 내 속에 있다”는 표현처럼, 공간이 사람 안에 남고, 사람 또한 공간에 흔적을 남기는 정서적 교류의 장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떠남’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응원의 메시지를, ‘머무름’을 선택한 이들에게는 위로와 여운을 제공함으로써, 이 공간은 도시의 기능적 인프라를 넘어서 문화적 사유의 장소로 자리매김한다.
결국 오송역 선하공간은 단지 철로 아래의 남는 공간을 예쁘게 꾸며낸 사례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속도를 조율하고, 감정을 잠시 세워두며, 일상의 균열에 예술이 스며드는 구조물이다. 나아가 김춘수 시인의 시처럼, 우리는 이 공간을 그냥 떠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이 우리 안에 남아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정서의 ‘순환역’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현재 오송역 선하공간은 충북문화재단 관광사업본부가 위탁 운영하며, 충북도는 행정 지원과 관리·감독을 맡는다. 이미 기업·학회 등에서 소규모 MICE 행사 예약이 활발하며, 오는 9월 정식 개관하는 중부권 최대 컨벤션 시설 ‘오스코’와 연계해 대형 행사는 오스코, 소규모 행사는 오송선하마루에서 진행하는 전략도 추진 중이다.

장인수 충북도 관광과장은 “앞으로 충북도에서는 오송선하마루에 추가적인 시설보완과 다양한 컨텐츠를 보강하여 방문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전시, 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개최하여 오송선하마루가 전국민이 즐겨찾는 명품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말했다.
오송역의 선하공간과 같은 공간혁신을 앞서 추진한 사례가 있다. 특히 기차 선로나 철도 기반시설을 재구성해 문화와 예술의 공간으로 새롭게 선보인 경우다.
이처럼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은 기존 철도 인프라를 재활용한 공간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High Line)은 1930~1980년대 운행된 고가 화물철도를 보존·재활용해 조경·예술·디자인이 어우러진 공원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다. 민관협력(PPP) 방식으로 비영리단체 ‘프렌즈 오브 하이라인’이 운영을 맡고 있으며, 도시재생과 부동산 가치 상승을 동시에 이끌어 인근 첼시와 허드슨야드 상권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공간 활용의 초점은 국제 관광객 유치와 도시 브랜딩에 맞춰져 있다.
프랑스 파리의 페티트 쇠뜨르(Petite Ceinture)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파리를 순환하던 철도의 일부 구간을 보존해 녹지와 산책로로 조성한 생태·환경 복원형 모델이다. 상업적 개발 대신 생태계 복원과 비상업적 여가 제공에 중점을 두고, 최소한의 편의시설만 설치해 ‘도시 속 야생’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자연 관찰과 산책 중심으로 운영되며, 환경단체와 시정부가 협력해 유지하고 있다.
국가철도망 ‘허브’
이탈리아 밀라노의 드롭시티(Dropcity)는 도심 철도 아치 아래 방치된 4만㎡ 공간을 건축·디자인·제조의 복합 창작 허브로 변모시킨 창작·산업 지원형 모델이다. 전시, 제작, 연구, 도서관, 교육시설이 한데 모인 창작자 전용 인프라로, 워크숍과 실험실을 갖춰 생산과 전시가 동시에 가능하다. 예술·디자인 전문가와 창작자 커뮤니티가 주 이용층이며, 유럽 디자인 주간 등 국제 행사와 연계해 세계적 창작 거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영국 런던의 배너 리피터(Banner Repeater)는 역 플랫폼 일부를 아티스트가 직접 운영하는 문화·예술 실험형 공간으로, 현대미술 전시와 퍼포먼스, 리딩룸을 제공한다. 소규모·저예산 구조지만 실험성과 독립성이 강하고, 상업성보다 창작자와 지역 커뮤니티의 교류를 중시한다. 장소 특성을 살려 이동 중인 관객과의 우연한 만남을 기획하는 등 독창적 운영 방식을 유지하며, 국가·지자체 주도가 아닌 개인과 커뮤니티 중심으로 운영되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 비해 오송선하마루는 고속철도역 선로 하부 ‘허공 공간’을 활용해 전시·홍보·회의·휴게 기능을 모두 갖춘 개방형 복합문화 플랫폼으로 조성된 전국 최초의 사례다. 국가 철도망의 핵심 교통 허브라는 입지적 장점을 바탕으로 관광 홍보, 소규모 MICE 행사, 지역 문화콘텐츠 교육과 제작을 결합해 교통·관광·산업·문화를 아우르는 거점형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며, 국제적으로도 ‘이동과 체류를 연결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충북도는 민선 8기 후반기 도정의 핵심 목표로 ‘충북 관광객 1억 명 시대’ 실현을 제시하며, 이를 위한 체류형 관광 전환, MICE 인프라 확충, 콘텐츠 고도화 전략을 전방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도는 단순 방문형 관광에서 벗어나 지역 내 소비와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평일 숙박할인쿠폰, 지역상품권 페이백, 장기 체류형 프로그램(‘일단 살아보기’), 치유·의료관광 패키지 등 다양한 정책 패키지를 가동한다. 아울러 도 지정 축제의 집중 육성과 충북 대표 관광콘텐츠 발굴·고도화, 외국인 관광객 유치 인센티브 제공, 인바운드 세일즈 강화 등 내·외국인 관광 수요를 동시에 확대하는 마케팅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의 중심축 중 하나가 바로 ‘오송선하마루’다. 오송선하마루는 경부·호남고속선과 충북선이 교차하는 국가 철도망의 핵심 거점역으로 충북의 관광·홍보 거점과 관문으로 활용가치가 매우 높은 공간이다.
관광 ‘관문’
교통 접근성이 뛰어난 입지를 강점으로, 청주오송컨벤션센터(OSCO)와 연계해 대형 행사는 OSCO에서, 소규모 전문 행사는 오송선하마루에서 개최하는 ‘분산 개최’ 전략을 통해 MICE 산업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개관 이후에는 충북 관광홍보 거점, 기업·기관 회의장, 지역 콘텐츠 제작·교육 프로그램 운영 공간 등 이미 그 취지를 수행하고 있다.
충북문화재단 역시 도정 비전과 맞물려 2025년 비전을 ‘문화·예술·관광의 중심에 서는 재단’으로 설정했다. 재단은 △문화예술 유통 강화와 생태계 활성화 △도민 문화기본권 실현 △‘충북다움’ 대표 콘텐츠 육성 △재단 조직 역량 강화의 4대 전략 방향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예술창작, 청년예술 지원, 국제교류, 해외 진출을 위한 작품 도록 제작, 국내외 아트페어 참가 지원 등 문화예술 유통과 창작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도는 이와 함께 굵직한 문화예술공간 조성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2025년 9월 개관 예정인 청주오송컨벤션센터(OSCO)는 대지 7만8880㎡, 연면적 3만9725㎡ 규모의 중부권 최대 컨벤션 시설로, 전시장(1만31㎡)과 가변형 그랜드볼룸, 회의실, 미술관을 갖추고 최대 600부스 설치가 가능하다. OSCO는 국내외 대형 국제회의와 산업전시 유치의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또한 국가등록문화유산인 충북도청 본관을 리모델링해 조성 중인 ‘그림책정원 1937’은 그림책 열람실, 문화쉼터, 전시실, 창작공간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2026년 1월 개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비 160억원이 투입되며, 청주 구도심 보행관광과 근대문화유산을 연계한 체류형 문화관광 동선의 핵심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청주시 가덕면의 자치연수원 부지를 활용한 문화복합시설 조성사업도 추진 중이다. 부지 면적 16만1700㎡, 건물 10동 규모에 미술관, 문학관, 작가 레지던스, 체험자 숙소, 식음·아트숍 등을 갖춘 체류형 예술문화단지로 조성되며, 1단계 사업에 약 280억원을 투입해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충북도는 이처럼 ‘오송선하마루’를 중심으로 한 역세권 복합문화공간, OSCO를 기반으로 한 대형 MICE 인프라, 도심·생활권 문화공간 확충, 관광·콘텐츠 마케팅 강화를 동시에 전개해 ‘방문→체류→소비→재방문’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관광객 1억명 시대를 앞당기고, 충북을 교통·관광·문화·산업이 융합된 중부권 핵심 관광거점으로 힘차게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한다.
출처 : 충청리뷰 www.ccreview.co.kr